아이들이 가정의 경제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잘못된 소비나 지출 습관을 가지고 있거나,
경제문맹의 상태에 놓여있는 것도 상당부분 부모의 책임이다.
경제와 돈에 관한 교육이 중요한 시대에 아이들의 경제관념을 망가뜨리는 부모들의 세 가지 습관을 먼저 살펴봐야할 이유가 있다.
1. 아이들이 경제적 결핍을 느끼지 못하는 소비 습관 출산 가방 싸기
과유불급은 모든 분야에 적용되는 진리다. 신체적 건강과 정신적 만족에 이르기까지 넘치는 것보다 부족함이 더 낫다. 가정 내에서도 아이들이 경제적 결핍과 아쉬움을 마주하는 것은 의미 있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때의 결핍은 절제와 배려의 다른 이름이다. 최소한의 결핍은 어쩌면 성장의 가장 큰 자양분이 될 수 있음에도 우리는 그 점을 잊고 살아간다.
헬리콥터 부모로 대표되는 부모들의 역할과잉의 시대다. 한 아이 혹은 두 아이에 대해 부모들의 사랑과 관심이 집중되다보니 ‘마르지 않는 샘물’ 같은 역할을 하고자 하는 부모들 또한 급증하고 있다. 수입의 대부분은 합리적 고려 없이 아이들의 교육이나 호기심을 위해 기꺼이 사용된다. 부모들의 은행계좌는 스텔라 장(Stella Jang)의 노래처럼 월급이 스쳐지나가는 간이역이 될 뿐이다.
그래서 부모들은 어린 아이들에게 밥벌이의 고단함과 월급의 신성한 쓸모를 얘기해야 한다. 그저 배부른 상태로 늘 채워주기 보다는, 배고픈 상태를 견디는 법과 함께 그 시간을 극복할 수 있는 합리적 대안을 찾아 나가는 법을 알려줘야 한다. 그 결핍의 시간이 나눔의 의미를 깨닫는 기회가 되고, 더 큰 성장의 계기를 마련해줄 수 있음도 이야기하여야 한다. 경제적 결핍의 가장 큰 장점은 경제적 자유를 꿈꾸게 하고 자신의 능력을 키우는 동기와 인내를 부여하는데 있다.
2. 경제교육 부재로 인한 목적 없는 지출 습관
한때 연말 연초에 발행되는 여성월간지의 부록은 가계부였다. 수입과 지출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고 각종 생활정보가 깨알처럼 들어있어 엄마들에게는 인기폭발이었다. 지금은 종이 가계부나 다이어리는 물론이고 디지털 가계부도 잘 활용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그만큼 우리의 경제활동은 기록되지 않는 맹목의 소비패턴을 띠고 있다. 물론 각종 신용카드 명세서가 가계부 비슷한 무언가로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지만, 그 명세서조차도 자세히 들여다보는 이들은 거의 없다.
적정지출의 의미를 갖지 못하는 맹목적 소비는 대부분 기록의 부재로부터 온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현재와 미래의 합리적 분배에 대한 고민 없이 선택하는 행동은 오늘은 물론 미래를 어둡게 한다. 일종의 금융문맹이라고 할 수 있는 부모들의 성향, 그리고 아이들이 최소한의 금융지식도 습득하기 어려운 경제교육의 부재는 가정의 경제상황을 더 어렵게 할 가능성을 높인다.
어른들의 바람직한 경제 생활은 현재의 경제적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자신의 수입과 지출에 대해 세세하게 기록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아이들의 경제교육도 자신들의 용돈을 관리하는 것, 즉 수입과 지출을 기록하고 목적과 쓸모에 맞는 소비계획을 짜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용돈가계부나 소비기록을 통해 다져진 경제근육은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자신이 직접 번 수입이 생길 때 바람직한 결과를 불러올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부모들이 경제교육을 통해 아이들에게 바라는 유일한 목표가 아닐까.
3. 최악의 채권자인 아이들에게 과도한 변제(투자) 습관
아이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고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서 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것은 모든 부모들이 바라는 바다. 이러한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는, 역설적이긴 하지만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사교육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자녀의 대학 졸업까지 평균 양육비가 대략 3억 정도 필요하다고 한다. 그 중 상당비율이 사교육 시장에 교육투자라는 명목으로 지불된다.
이런 생각은 30여 년 전의 부모 세대나 지금의 부모들이나 비슷하지만, 자녀교육에 들어가는 비용 차이는 비교할 바가 아니다. 세대가 다른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때와 지금의 경쟁 상황, 부모들의 욕망의 크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녀교육비의 과도한 지출로 부모들이 한계 상황에 내몰리는 것은 묘하게도 닮아있다. 자식농사를 인생의 큰 숙제로 여기는 부모들의 바람은 세대를 뛰어넘어서도 계속되기 때문이다. 한국적 부모들의 유전적 고질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연금설계 등을 비롯한 노후설계가 잘 되어 있는 부모들은 문제가 없겠지만, 부실한 공적연금에 의존해야 하거나 노후의 밥벌이가 준비되지 않은 부모들에게는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부모-자식 세대 간 경제상황 분배와 적절한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부모들의 삶이 아이들의 삶이 되어서도 안 되고, 부모들의 경제력이 아이들의 그것으로 대체되어서도 안 된다. 아이들이 부모들의 경제상황을 자신의 것으로 착각하지 않고 스스로의 노력으로 자립심을 키워 나갈 때 우리가 바라는 진정한 홀로서기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결국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최고의 경제교육은 ‘삶에 대한 태도’다. 아이들에게 자신의 삶을 아끼고 긍정하는 태도를 기르는 것이 부의 극대화를 꿈꾸는 것보다 낫다는 것을 깨닫게 해야 한다. 지나치게 이코노미쿠스가 되고자 하는 것은 자신의 삶을 한쪽으로 소비하며 생을 마모시키는 위험한 일임을 경고해야 한다.
어쩌면 가까운 은행에 자신의 계좌를 만들고 소액이나마 스스로의 계획 하에 예금과 적금을 넣어보는 작은 습관이 진정한 이코노미쿠스의 출발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좋은 습관이 만들어지면 아이들 스스로 분별 있는 소비와 지출을 계획하고 실천할 것이다. 부모들 또한 가계경제와 욕구의 밸런스를 맞추는 소비, 현재와 미래의 행복의 분배를 위한 현명한 포트폴리오를 설계하게 될 것이다.
여유가 생겼을 때, 아이들이 충분히 컸을 때…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충분한 때’란 없다. 우리네 삶이 그렇다. ‘그렇게 할 수 있을 그 때’를 기다리기보다는 당장 작은 것 하나를 시작하는 것이 현명하다. 공부할 때나 투자할 때도 그 적기는 쉽게 오지도 않을뿐더러 알아차리기도 쉽지 않다. 자신의 소비습관을 재점검하고 아이들에게 올바른 경제교육을 시작하는 것도 ‘지금’이 가장 적절한 때다. ‘최적의 타이밍’이란 결국 계속 시도하는 이들만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특권이다.
아기를 만날 날을 기다리는
예비부모님과 이미 치열하게 육아를 하고 있는
모든 부모님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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